지브리는 몰라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 하다. 개봉한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지브리하면 떠오르는 대표 작품이며 영화 속에서는 온천 료칸을 무대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 료칸을 그리는데 모델이 된 곳이 있을까 하는 사람이 많이 있을 듯 하다. 왜냐하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지금까지 방문한 여러 료칸을 조합하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료칸을 만들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 곳의 료칸만 보고 만든 작품이 아니라 여러 료칸을 보고 묵어보고 독자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수많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델이 되었다고 하는 료칸 중에서 온천으로도 꼭 가보고 싶은 료칸, 아는 사람만 아는 멋진 료칸을 엄선하여 소개한다.
나가노현 시부온천에 있는 역사 깊은 료칸 카나구야. 이곳은 에도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 료칸으로, 등록 유형문화재 건물과 각기 다른 구조의 객실, 그리고 관내에서도 문화재 투어를 할 수 있을 정도다.
쇼와 초기에 지어진 4층 목조 건축 사이즈키루(斉月楼)가 밤이 되면 화려하게 빛나는 기름집과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 명소다. 라이트업된 아름다운 외관과 중후한 모습이 압권으로, 사진을 몇 장이나 찍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사이즈키루 내에는 8개의 온천이 있으며, 모두 원천을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온천수는 물론 수도꼭지도 온천수를 사용하고 있다. 철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보온 보습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온천은 물맛도 일품이다.
그 중에서도 클래식한 스테인드글라스가 멋진 낭만탕과 장엄한 분위기의 가마쿠라탕에서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욕실의 세계도 즐길 수 있다.
군마현 시마온천에 있는 세키젠칸은 1694년에 창업한 전통 있는 료칸으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여관 건축의 명물이다. 료칸 앞 신유천에 놓인 붉은 경운교와 역사가 느껴지는 목조 건물이 유곽을 연상시키는데, 꽤나 가까운 모델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소문이 있다.
숙소가 자랑하는 명탕 겐로쿠노유는 국가 유형문화재로도 지정되어 있다. 5개의 목욕탕과 다이쇼 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아치형 창문이 특징이며, 다이쇼의 낭만적인 분위기와 함께, 망사 미인탕으로 촉촉한 보습 온천에서 명건축과 명탕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야마가타현에 있는 긴잔 온천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무대가 되었다는 소문이 있는 온천지다. 저녁부터 밤까지 가스등의 환상적인 불빛에 둘러싸인 온천 거리가 특히 아름답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거리 풍경을 몇 장의 사진에 담고 싶어진다.
그 중에서도 료칸 나가사와 헤이하치와 노토야 료칸은 특히 긴잔 온천의 상징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긴잔 온천을 대표하는 료칸으로, 현관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긴잔 온천 중에서도 특히 예약이 어려운 노토야 료칸.
이곳은 메이지 25년 창업의 노포 료칸으로, 일본 비탕을 지키는 모임에도 가입할 정도로 좋은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연한색의 물은 유황분을 함유한 황산염천의 온천으로 피부에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목욕 후에도 피부가 촉촉하게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약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3대 온천 중 하나이다. 일본서기나 겐지 모노가타리 등 옛 문헌에도 등장하며, 아스카 시대에 성덕태자가 목욕을 하러 왔다는 이야기를 비롯해 전승도 많이 남아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델이 된 곳은 여러 설이 있거나 소문 수준인 곳도 많지만, 도고온천 본관은 미야자키 감독이 모티브로 삼았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는 온천이다.
도고 온천 본관에는 영혼의탕(霊の湯)과 신의탕(神の湯)이라는 두 개의 욕조가 있으며 돌로 만든 신노유는 원통형의 가마솥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으며,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약간 뜨겁게 느껴지는 온천은 알칼리성 단순온천으로 걸쭉하고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온천이다.
이 곳은 숙박은 안되고 당일치기 목욕만 가능하다. 숙박은 근처에 많으며 아래 글에서 확인하자.
오카야마현 유바라 온천에 있는 아부라야. 이곳은 겐로쿠 원년에 창업한 전통 있는 료칸으로, 옛날부터 여행자의 등불을 위한 기름을 준비했기 때문에 기름집(油屋, 아부라야)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영화 개봉 초기에는 이 기름집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곳이 모델이 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숙박 전용 건물인 유메즈쿠안과 온천과 식당이 있는 쇼쿠토관이 있으며, 당일치기 입욕이나 식사만 할 수도 있다.